독서 챌린지 열두 번째 책을 가져왔습니다. 도서관에서 살펴보다 그저 밝은 노란색이 예뻐서 가져온 책인데, 짧은 내용의 소설이지만 그 구성이 독특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.
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
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 소개
지은이 : 김록인 소설, 노경무 그림
출판사 : 바다는기다란섬
발행일 : 2020. 06. 30
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 작가
소설을 쓴 김록인 작가는 평소 신맛과 쓴맛을 좋아한다. 특히 신맛을 매우 좋아한다. 레몬과 라임을 좋아해서 해마다 제주 레몬이 나는 겨울과 제주 라임이 나는 초가을을 기다린다. 어린 시절에 레몬을 아주 특별한 과일이라고 생각했었고 <작은 아씨들>에 나오는 라임이 인상적이어서, 레몬이나 라임을 소재로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.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이다. 소설을 많이 읽고 조금씩 쓰며, 꼭 필요한 낱말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없애기 시작하자 글이 점점 짧아졌다고 한다. 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 이후 동물 실험에 관한 짧은 소설을 준비 중이다.
그림을 그린 노경무 작가는 자신을 돌보기 위한 방법으로 그림을 선택했다. 그림책 <불에서 나온 사람과 만화 <불안을 걷다>는 아픈 몸을 살아내는 이야기이다. 당시 건강이 크게 나빠지면서 겪었던 감정들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, 그 감정들이 심하게 요동칠 때 평정심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. 처음엔 직장에 다니면서 취미로 화실을 다녔는데, <불에서 나오는 사람>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. 여행을 좋아해 여행 에세이 <남해여행자>를 냈으며 현재는 애니메이션을 공부 중이다.
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 구성
이 책은 구성이 정말 독특하다. 앞표지가 두 개다. 앞에서부터 읽어도 되고 뒤에서부터 읽는 것도 가능하다. 앞에서 읽으면 레몬색의 표지로 시작해서 <레몬청 만드는 법>을 읽을 수 있고, 책을 위아래로 뒤집어 뒤에서부터 읽으면 라임색의 표지로 시작해서 <핑거라임>을 읽을 수 있다. 그래서 특이하게도 작가들의 대화와 책의 판면 정보가 책의 한가운데 있다. 책을 다 읽는 시점에 나는 책의 맨 마지막 장이 아니라 가운데 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. 마치 두 권의 책을 붙여 놓은 듯한 구성과 소설의 영어본을 추가한 것이 정말 색다르게 다가왔다.
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 스토리
<레몬청 만드는 법>은 주인공이 레몬청을 만들면서 과거 태국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. 항상 남자 친구와 함께 오던 단골 여자 손님이 어느 날 혼자 와서 가게에 있던 레몬청 한 병을 통째로 달라고 한다. 병에 있는 레몬청을 잔에 타서 마시면서 나오는 잔 수로 계산을 하기로 하고 그녀에게 레몬청을 주었다. 충혈된 눈을 하고 왔던 그녀는 앉은자리에서 5시간 동안 레몬청을 13잔이나 마셨고 그녀가 앉았던 자리엔 레몬을 잘근잘근 씹은 것으로 보이는 레몬 조각들이 있었다.
<핑거라임>은 핑거라임을 통한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상담사의 이야기이다. 신맛을 100배, 쓴맛을 50배 강화한 개량종 핑거라임을 사용하는 핑거라임 요법은 여러 치료를 거치고도 차도가 없는 사람들에게 핑거라임 알맹이를 씹도록 하는 것이다. 어느 날 핑거라임 요법의 최대치인 5회를 채우고도 예외적으로 1회 더 시행한 실어증 의뢰인이 고통을 잊기 위해 핑거라임 요법 시술을 요구한다. 상담사는 그의 사연을 들으며 그의 고통 해소와 상담 윤리 사이에서 고민한다.
<레몬청 만드는 법/핑거라임> 리뷰, 나의 마음
고통을 고통으로 잊는다는 것…
레몬청을 마신 그녀도, 핑거라임 요법을 원하던 의뢰인도 고통을 없애기 위해 신맛을 찾게 된다. 이 글 속의 신맛은 고통이다. 더 센 고통을 통해서 기존의 고통을 지울 수 있을까? 그 순간은 기존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겠다.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치유는 아니지 않을까? 특히 핑거라임의 그 의뢰자는 정해진 요법 횟수를 다 채웠음에도 또 핑거라임을 찾는다. 그것을 보며 나는 술과 담배가 떠올랐다.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과 담배를 찾게 되는 많은 사람들, 결코 달지도 맛있지도 않은 술과 담배를 찾는 사람들, 결국에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은 즐겁다고 한다. 하지만 스트레스는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. 그렇다면 고통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한 것일까?
짧은 글들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, 상큼함으로 시작한 책 읽기는 씁쓸함으로 끝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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